찾아오는 문턱은 낮게,
진료의 깊이는 가볍지 않게.
어떤 생각으로 진료하는지,
세 원장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의원을 준비하면서
어떤 이름을 지을지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이름보다
아플 때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을
떠올리고 싶었습니다.
멀리 있는 누군가보다
가까이에서 얼굴을 알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이웃처럼.
그래서 이름을
'이웃집한의원'이라고 지었습니다.
이름처럼 편하게 찾아올 수 있으면서도,
진료만큼은 꼼꼼하게 하는 곳.
지금도 그 마음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원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요?
네. 과학고를 다니면서 과학이나 수학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알려주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조곤조곤 설명하는 게 성향에도 잘 맞았던 것 같고요.
그러다 비슷한 맥락에서, 잘 설명해주면서 직접 치료하는 보람까지 느낄 수 있는 일이 한의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도 진료하면서 환자분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이어진 성향인 것 같아요.
Q
한방재활의학과를 선택한 데에는 가족의 영향도 있었나요?
꽤 많이 있었어요. 아버지도 운동을 좋아하시고, 동생은 KLPGA 프로골퍼예요. 그러다 보니 가족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제가 치료하게 되고, 동생 주변의 선수들도 종종 치료를 받으러 와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통증과 움직임을 치료하는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아졌어요. 수련하면서 추나 심화과정을 계속 공부하고 스포츠한의학 팀닥터 과정까지 찾아서 들었던 것도 그래서였고요.
운동하는 분들을 보다 보면 아픈 부위의 통증을 치료하는 것만큼 전체적인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침이나 추나, 약침뿐 아니라 필요하면 한약까지 함께 보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Q
스스로는 '이론파보다 실전파'라고 생각한다고요?
네. 머릿속에서 모든 걸 완벽하게 정리한 다음 치료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우선 환자분의 이야기를 잘 듣고 치료해본 다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봐요. 생각했던 것과 반응이 다르면 다시 물어보고, 다시 살펴보고, 치료 방향도 바꿔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질문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치료도 잘 안 된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치료를 하다 보니 해부학적으로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것이 초음파를 더 깊게 공부하고 미국 근골격계 초음파 자격(APCA RMSK)까지 취득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Q
그렇다면 원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치료'는 어떤 치료인가요?
저는 한 번의 치료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주 가벼운 통증이 아니라면 주사 한 번, 침 한 번으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제가 치료하고, 환자분은 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해주시고, 저는 그 반응을 보고 다시 치료의 방향을 조정합니다.
처음부터 제가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하고 반응을 확인하면서 조금씩 더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 저는 그런 과정이 좋은 진료라고 생각합니다.
박나리 원장
"환자분은 저를 기억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대신 저는 환자분들을 계속 기억하려고 합니다."
Q
한방내과를 전공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 때,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온 가족이 함께 간병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수련에 대한 생각은 조금 있었지만, 당시에는 병원에 4년간 더 남아 있기보다 빨리 사회에 나가 경제적으로 집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러다 병원에 원서를 내기 직전, 어머니가 결국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의 병 앞에서 학생이었던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 경험을 지나며 오히려 중한 환자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한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병원에 들어가 한방내과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내과를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말하는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고 하나씩 챙겨야 하는 진료의 방식이 제 성향과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Q
뭔가 궁금해지면 꽤 깊게 파고드는 편인 것 같은데, 원래 그런 성격인가요?
네. 꽤 깊게 파고드는 편입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해서, 종종 원래 하던 일을 놓고 거기에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진료하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시간이 많지 않으면 우선 교과서를 찾아봅니다. 최신 내용이 궁금하면 논문이나 자료를 검색하고요.
그런데 아예 모르는 분야라면 조금 다릅니다. 일단 머릿속에 오래 담아둡니다. 그러다 관련된 강의나 공부할 기회가 보이면 붙잡고 들어갑니다. 배웠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책을 다시 찾아보면 되지만,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분야는 처음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직접 가서 배우는 편입니다.
생각보다 아주 깊이 들어가게 된 분야 중 하나가 중의학이었습니다.
전공의 때까지만 해도 교수님께서 읽으라고 하신 저널을 보는 정도였는데, 공중보건의가 된 뒤부터는 하루 종일 중국 원서를 붙잡고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때는 시간이 많아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번역을 다 끝내기도 전에 코로나19 역학조사관으로 일하게 되면서 굉장히 바빠졌습니다. 그래도 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번역을 이어갔습니다.
한번 궁금해진 것은 어떻게든 끝까지 확인해보고 싶은 성격인 것 같습니다.
Q
환자를 볼 때 '이건 꼭 알아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환자가 말하는 '아프다'는 증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육통이나 관절통, 관절가동범위 제한처럼 자주 접하는 증상은 비교적 그 의미를 파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과 환자분들은 "속이 답답해요", "숨이 차요", "머리가 맑지 않아요", "소화가 안 돼요"처럼 조금 더 넓은 표현을 많이 하십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소화가 안 된다"고 해도 신물이 올라오는 것인지, 배가 아픈 것인지, 팽만감이 심한 것인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식사와 관련이 있는지, 배의 어느 부분이 아픈지, 눌렀을 때도 아픈지, 대변에는 변화가 없는지까지 하나씩 확인해야 조금 더 구체적인 판단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소화가 안 되는 거겠지' 하고 무난한 소화제를 드리는 식으로 진료를 마무리하는 것은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Q
한의학을 공부하면서도 초음파나 임상진료지침 같은 현대적인 도구와 연구를 계속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현대적인 검사와 연구가 한의학과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료를 위해 필요하다면 당연히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의사의 궁극적인 방향은 통합적인 시선으로 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에 가깝습니다.
과거에 축적된 경험과 지혜가 있고, 현대에는 몸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와 연구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를 버리기보다 환자를 잘 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웃집한의원에서도
"명의들의 경험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사를 함께 살펴봅니다."
라는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비만 진료에서도 두 가지가 만나는 순간이 많습니다.
한의학에서 이야기해 온 적취(積聚), 담음(痰飮), 울증(鬱證)과 같은 개념을 살펴보는 동시에, 필요한 경우 복부초음파나 혈액검사를 통해 지방간, 간수치, 혈당, 지질대사 등의 상태를 함께 확인합니다.
결국 환자가 왜 체중을 감량하기 어려운지, 단순히 숫자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러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합니다.
Q
전원장이 생각하는 '좋은 진료'는 어떤 진료예요?
좋은 진료를 했다는 느낌은 환자분과 치열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에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치료 후 좋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은 진료의 중요한 부분이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분이 나중에 다른 곳이 아플 때도 우리 한의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까?'
"거기 가니까 설명을 잘해주더라."
"치료가 부담스럽지 않았어."
"원장이 어떻게든 잘해주려고 하는 게 느껴졌어."
그렇게 환자분이 궁금하고 답답했던 부분을 같이 찾아주는 진료가 좋은 진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환자분들이 저를 오래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것은 제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인생을 살아가다 잠시 몸을 맡겼던 원장 정도로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환자분은 저를 기억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대신 저는 환자분들을 계속 기억하려고 합니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의사가 죽을 때 들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들의 명부다.'
저는 그 말을 종종 떠올립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잘 치료한 환자보다 치료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명부를 들고 갈 것 같습니다.
'그때는 왜 이분을 치료해드리지 못했을까.'
'내가 무엇을 더 알았어야 했을까.'
'그때는 왜 내 치료가 듣지 않았을까.'
그렇게 아쉬움이 남는 분들을 오래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 아쉬움이 결국 제가 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천후 원장
"내 불편함을 대충 넘기지 않는 원장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Q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점이 있었나요?
한의대에 들어오기 전에는 저도 한의학이라고 하면 침이나 한약 같은 '치료 방법'을 먼저 떠올렸어요.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해부학이나 생리학 같은 기초의학부터 한의학적인 이론까지 배워야 할 범위가 훨씬 넓었습니다.
특히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해석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학생 때는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임상 과목을 배우면서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까'를 하나씩 연결해서 생각하는 과정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Q
그런 성향이 실제 진료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나요?
네. 진료를 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왜 그런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단순히 아픈 곳을 치료하는 데서 끝나기보다 왜 그 동작에서 아픈지, 왜 좋아졌다가 다시 아파지는지, 검사 결과와 실제 증상이 왜 잘 맞지 않는지를 계속 확인하려고 합니다. 이전에 어떤 진단을 받았더라도 진단명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지금 나타나는 증상을 다시 살펴보는 편이고요.
제가 납득되지 않는 부분을 계속 생각하고 세세하게 확인하는 성격이 진료에서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문제에 명확한 답을 찾으려는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단정하기보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부분'과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을 나누어 생각하려고 합니다.
Q
치료만큼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요.
저도 예전에 두통이 심해서 검사를 받은 적이 있어요.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불편한 증상은 계속되는데 왜 그런지, 지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지켜봐야 하는지는 알지 못해서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원했던 건 꼭 정확한 병명을 알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는 이렇게 보고 있고,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런 변화가 있으면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진료할 때 가능한 범위에서는 현재 어떤 상태로 보고 있는지, 오늘은 왜 이런 치료를 하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살펴봐야 하는지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환자분이 자신의 상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환자분들에게 어떤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내 불편함을 대충 넘기지 않는 원장"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모든 병을 해결할 수 있는 의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제가 진료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증상을 최대한 꼼꼼하게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싶어요. 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필요한 검사나 다른 진료를 안내할 수 있는 원장이 되고 싶고요.
동시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원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환자분들이 "이런 것까지 이야기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실 때가 있는데,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가 진료에서는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하거든요.
자신의 증상을 눈치 보지 않고 충분히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진료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해미 원장